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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내 일상 이야기

나 혼자 산다

by CODINOTE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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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0살, 갓 성인이 된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고향인 대전을 벗어나 서울로 상경을 하게 되었다.

 

단지 대학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서 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주변 동기들이 자취를 하는 모습을 보니 되게 부럽더라.

또, 난 성격상 누군가와는 같이 사는 게 어려운 스타일이다 보니 기숙사에서, 그것도 모르는 사람과 같이 지낸다는 게 너무 불편하고 힘들더라.

물론 자취를 하기 위한 일종의 핑계일 지도 모른다.

 

결국 부모님을 설득 끝에 자취를 하게 되었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자취에 대한 로망이 정말 컸다.

보는 눈도 경험도 전혀 없었기에 첫 자취방은 아주 개똥 같은 방을 구했었지만, 아무렴 좋았다.

TV 예능 '나 혼자 산다'의 로고이다.
파란색 집 모양 둥그런 테두리에 나 혼자 산다 라는 문구와 곰돌이 얼굴이 들어간 로고.
나 혼자 산다~

난생 처음 내 집이라는 공간에서 나 혼자 독립해서 산다는 그 느낌 자체가 나를 설레게 하기엔 충분했다.

 

한 달 딱 살아보니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장단점이 두드러지더라.

장점 : 엄마가 없다.

단점 : 엄마가 없다.

 

난 나름 내가 부지런하게 살아갈 줄 알았다.

방 청소도 열심히 할 것 같았고, 모든 내 물건을 각 맞춰 정리 해놓고 살 줄 알았다.

또,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항상 내 스스로 밥을 해먹고 살 줄 알았다.

 

절대 안되더라 ㅋㅋㅋㅋㅋ

 

약속을 잡고 나가서 밥을 먹거나, 항상 시켜 먹는게 대부분이었다.

방 청소? 잘 안하게 되더라.

(그나마 다행인 건 돼지 우리처럼 해놓고 사는 건 진짜 내 성향이 아니라 그 전에 치우긴 하더라 ㅋㅋㅋ)

 

그리고 자취를 하게 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

바로, 엄마의 고단함?

 

나는 나 하나 밥 챙기고, 쥐똥만 한 방 청소하고, 내 옷만 빨래하는 건데도 너무 귀찮고 힘들었다.

근데 우리 엄마는 4인 가족 밥을 매 끼니 챙기시고, 청소하고, 온 가족의 옷을 빨래하면서 겉으로는 단 한 번도 불평 불만 없으셨다.

새삼 존경스러우면서도 힘드셨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밥도 참 많이 그립더라 ㅋㅋㅋㅋ

 

그리고 서울의 물가.

뭐 대전과 물가 차이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예전과 달리 내 스스로 부담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 되게 어렵게 다가왔다.

돈 관리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항상 월말에 가면 돈이 다 떨어져 있고, 돈 들어오면 또 술 쳐먹으면서 다 날리고.

사실 물가가 아니라 지출의 폭이 미성년자 때와 다르게 굉장히 커졌다는 점이 내게는 크게 다가오더라.

 

 

아무튼 그렇게 21살 때부터 자취를 시작해서 군대에 있던 기간을 제외하면 약 4년 째 혼자 자취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자취 생활이 좋냐고?

 

음.. 지금은 반반이다.

 

물론 장점도 있지.

근데 지금은 본가에서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좀 더 크긴 하다.

 

뭐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은 바로 돈.

내 스스로 공과금, 생활비 감당하면서 혼자 지낸다는 부분이 매번 곤욕이더라.

내가 안정적으로 많은 수입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걱정은 안할 거 같긴 한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으니까.

 

솔직히 우리 본가가 대전이 아니라 경기도 정도만 됐어도, 본가에서 그냥 지냈을 듯?

 

그리고 외로움도 있는 것 같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나도, 내 친구들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만나는 게 쉽지가 않아졌다.

평일에는 아무래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혼자의 삶이 외롭게 다가오는 부분도 꽤나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서울에서 머무르는 이유.

예전에야 너무나도 잘 되어 있는 인프라를 비롯한 편의성과 즐거움이었지만, 지금은 딱 일 하나 때문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자체가 특성상 서울을 벗어날 수가 없다.

항상 동대문 가서 옷 떼와야지...

집이 경기도 였으면 자취방 대신 사무실만 서울에 계약 해놓고 본가에서 지냈을텐데 ㅋㅎ

그리고 또, 대전에서 이 일을 했더라도 지금만큼의 시야가 길러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내가 눈물을 머금으며 서울의 삶을 포기 못하고 있다.

 

일을 하게 되면서 지내면 예전보다 더 게으르게 살 줄 알았는데, 지금은 예전보단 오히려 부지런해진 상태다.

집을 나름 잘 치우고 살고 있다는 뜻 ㅋㅋㅋ

 

 

아무튼 혼자 살다보니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마지막엔 항상 돈이라는 결론에 닿게 되더라.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는 간절함이 많이 커졌달까?

 

적어도 1년, 아니 반 년 안에는 지금과는 달리 나름의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 생기길 바란다.

그게 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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