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친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가족들 중 내가 유일하게 본가에서 나와 서울에 홀로 살아가고 있다 보니, 간간히 동생이 안부 연락을 해주는 편이다.
보통 때는 잘 살고 있는지, 일을 어떤 지, 서로의 일상 얘기 정도? 만 간단히 나누고 연락을 마무리하곤 했는데, 오늘은 좀 길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본인의 고민을 털어 놓더라.
동생은 나랑 다르게, 원하는 전공으로 대학을 갔고, 차근차근 학점을 채우며 내년에는 졸업반에 들어가게 된다.
동생은 유아 교육 쪽에 뜻이 있어서, 지금은 어린이집으로 실습을 나가기도 하고, 학원에서 알바로 초중등생을 가르치고 있다.
나도 예전엔 중고등학교 교사를 꿈꿨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과외나 학원 선생 일을 해왔기에 가끔씩 나한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많았다.
고민의 내용은 학원에서 수업을 하면서 생기는 일이더라.
아무래도 모든 학생들이 동생의 말을 따르고, 수업에 잘 참여하지는 않다 보니, 가끔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이 큰 것 같았다.
이전에 숙제를 내줬고, 수업을 따라가려면 해당 숙제를 오늘 확인하고, 진도를 나갔어야 했나보다.
근데 그 학생이 오늘 감기에 걸렸다고 결석을 한 것.
수업 준비도 다 해놨고, 동생 성격 상 모든 사람들을 다 수용하고, 이끌어가려는 성향이 강해서 그런 지 그 아이의 결석으로 인한 타격이 큰 모양이었다.
근데 학원 원장님이 (나도 원장님과 친분이 있는 사이) 동생에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장사꾼 마인드로 살아가라고 조언을 해주셨더라.
동생은 이해를 못하겠다 했고, 원장님께서 그럼 장사꾼인 나한테 물어보라고 하셨더랔ㅋㅋㅋㅋㅋ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길래, 솔직하게 답변해줬다.
수업 빵꾸난 게 그 순간에는 스트레스일 지 몰라도, 어쨌든 수업 안하고 돈 벌은 거니까 이득 아니냐,
수업 준비 한 게 아깝게 느껴질 진 몰라도, 어차피 다음 수업 때 써먹으면 되지 않냐,
결과적으로 넌 손해 본 건 없고, 오히려 가용 시간이 생겼으니 이득이다.
그런 마인드로 일해라~~ 라고 ㅋㅋㅋㅋㅋ
그제서야 이해를 하고 같이 웃더라 ㅋㅋㅋㅋ
그리고는 또 다른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오빠랑 다르게 성깔이 있는 편도 아니고, 칼같은 면도 없다 보니까 아이들을 어떻게 수업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가끔씩 말 안듣는 친구들이 있으면 통제를 잘 못하겠다.
오빠처럼 무서운 면이 있으면 좋을텐데 나는 그런 걸 잘 못하기도 하고, 그런 면이 없다 보니 그 부분이 고민이다.
처음엔 대충 안부 연락만 주고받다가 말 생각이었는데, 꽤나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 듯 해서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고민하고 답변을 주게 되었다.
나도 처음부터 성깔있고, 무섭게 분위기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애들을 가르치는 연습도 하고, 직접 일도 하면서 점점 내 스타일을 찾아 갔다.
조언을 구하는 건 좋지만, 굳이 그 사람들의 방식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괜히 그 방법을 따라했다가 맞지도 않는 거라면 더 우스워질 수도 있다.
어차피 모든 아이들을 다 이끌어갈 수는 없다.
하지만,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소수의 인원에 신경 쓰다가 너를 따르는 다수의 인원을 놓칠 수 있다.
그러니 굳이 일일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너 스타일대로 수업해라.
그리고 항상 수업 전에 아이들이 뭘 무서워 하는지 파악해놔라 ㅋㅋㅋㅋ
부모님이든 학원 원장님이든 등등, 활용하면 오히려 잠시나마 통제는 되니까~
같은 답변을 주게 되었다.
동생과 이런 얘기를 주고 받다 보니, 한편으로는 동생이 대견하면서도 부러웠다.
내가 원했던 길을 동생이 나와 다르게 잘 걸어가고 있는 걸 보니 참 신기하면서도 대견했다.
또, 높은 학점을 받아가며 열심히 꿈을 위해 이것저것 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반대로 동생은 또 나를 부러워 하기도 한다.
자신과 달리 하고 싶은 걸 이루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
홀로 타지에서 이것저것 해보며 이뤄가는 모습.
이런 모습들을 보며 나를 또 부러워 하더라.
생각을 해보니, 난 굳이 멀리서 나를 자극하기 위한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동생을 보면 될텐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현재의 내 모습에 안심하기도 한다.
그리고 금방 안일해진다.
또는, 나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 자극받고 열심히 움직이게 된다.
주변인들에게 자극을 찾는 것도 좋지만, 위 사례처럼 항상 좋은 자극만 있는 건 아니더라.
아직도 놀기 좋아하고, 눕기 좋아하는 터라, 선한 자극만이 주변에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굳이 멀리 나가서 찾는 것보단, 동생이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나도 동생을 보며 자극을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더라.
어쩌면, 난 동생보다 오빠라는 사실에 더 스스로를 부끄럽지 않기 위해 움직일 수 있게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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