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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내 일상 이야기

내가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by CODINOTE 2023.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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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원래 그랬는지, 아님 어느 순간부터 지금과 같이 바뀌었는 지는 모르겠다만,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걸 싫어한다.

두려워한다가 더 맞는 말이려나?

 

아무튼, 공부든, 일이든, 게임이든 간에 새로운 게 생기면 그 새로운 것에 또 적응해 나가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핸드폰을 바꿨을 때도 그랬다.

작년까지만 해도 난 평생을 갤럭시만 사용해왔다.

갤럭시를 더 좋아해서가 아니다.

진즉에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비싼 기기값은 둘째 치고 새로운 애플 환경에 적응하는 게 걱정되더라.

어느 세월에 익히고, 어느 세월에 익숙해지나 싶은 생각에 미루고 미루다가 맥북과 같이 호환할 겸 드디어 작년에 핸드폰을 바꿨다.

 

웃긴 건 이전에 해왔던 걱정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이틀 만에 적응해서 폰을 잘 쓰고 있더라.

 

 

게임도 마찬가지다.

난 중학생 때부터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 롤이란 게임을 참 즐겨했다.

그 외의 게임도 찍먹은 해봤지만, 롤만큼 오랫동안 꾸준히 했던 게임은 없었다.

 

친구들과 항상 피방에 갔을 때도 난 혼자 롤을 했고, 친구들은 다양하게 게임을 즐겼다.

간간히 친구들이 같이 게임을 하자고, 다른 게임을 권했을 때도 나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거절한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게임을 익히는 게 싫었다.

키조작, 게임 방법, 캐릭터 또는 무기 별 특징 등등 알아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 않은가?

친구들은 몇 판 하다보면 금방 익힐거라고 날 꼬셨지만, 그 몇 판을 하는 것이 싫어서 도전하지 않았었다.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 가보는 여행지의 경우에는 혼자서는 절대 가지 않는다.

뭔가 의지할 사람이 옆에 있어야 덜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내가 무언가 잘못 했을 때도 뭘 잘못 했는 지 확인할 수가 있으니까.

 

그런 탓에 익숙하지 않은 장소는 홀로 나서는 일이 거의 없다.

 

 

뿐만 아니다.

일을 할 때도 난 그렇더라.

 

투잡을 시작하고, 첫 출근에 나서는 날, 내 머리속엔 걱정 근심만 가득했다.

성격 상 실수하는 걸 지독히 싫어한다.

일을 빨리 배워서 민폐 끼치는 것 없이 여유롭게 일처리를 하는 걸 굉장히 선호하기도 한다.

직장인 입사 전과 입사 1년 후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짤이다.
입사 전의 짤은 겁을 먹은 고양이의 사진이고, 입사 1년 후의 짤은 살이 찐 건방진 표정의 고양이 사진이다.
진짜 첫 출근 날과 현재의 내 표정 차이

그렇다 보니, 새로운 일을 또 언제 배워서, 언제 적응할 수 있을 지 걱정이 크더라.

또, 원해서 간 회사라기 보다는 내가 처한 현실에 순응하여 택한 회사였기에 좀 더 열정이 부족했달까..?

 

다행인지 일주일도 안돼서 일을 다 배우고, 금방 적응해서 혼자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직원들 몇몇이랑도 금방 친해져서 나름 즐겁게 회사에 다니고 있더라.

 

 

나는 왜 이런 성향을 보일까 생각을 해봤다.

 

겁이 많아서?

근심 걱정이 많아서?

애늙은이라 변화에 뒤처지나?

 

위 이유들도 어느정도는 있겠지만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더라.

 

바로, 나의 '흥미' 때문이었다.

 

난 내 흥미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라면 칼같이 뒤돌아본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반대로, 흥미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호기심이 더 크기 때문에 무조건 도전한다.

결국 잘 안돼서 포기를 하더라도, 한 번, 두 번은 시도해본다.

 

 

그렇다.

아이폰도, 친구들이 하던 게임도, 새로운 여행지도, 회사도

전부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결국에 아이폰 샀잖아?'

흥미라는 건 언젠가 생길 수도, 사라질 수도 있다.

핸드폰의 경우는 흥미가 살아난 케이스에 속한다.

 

 

뭔가 이것저것 다 건드려보고, 시도해보고, 뭐 하나 이루는 것 없이 포기해버리는 것보다는 지금 내 성향이 훨씬 좋더라.

관심없는 건 눈길조차 주지 않고, 관심이 있는 건 앵간치 끝까지 파보려고 한다.

 

내 본업이 그 케이스에 해당한다.

 

사실상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다.

비전공 출신으로 아는 것도 많이 없었고, 뒷배나 자본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시작을 하면서 지식을 쌓고, 일을 겸하면서 돈을 충당하고, 직접 부딪히면서 배워야 했다.

 

솔직히 몸은 많이 힘들었다.

돌아다니기도 많이 돌아다녔고, 새벽까지 공부하고 일한 적도 많았고, 투잡을 하기도 하니까.

 

근데 정말 웃긴 게,

잠을 4~5시간 밖에 못자더라도, 회사에서 흥미 없이 현타를 느끼며 죽치고 앉아 있더라도, 퇴근하고 나서 내 본업을 시작하면 내 스스로가 살아나더라.

힘들지만 재밌고, 내가 원하는 분야다 보니 지식이 늘수록 만족감도 더 컸다.

그러면서 성장해 나가는 게 눈에 보이면, 그 무엇보다도 기쁠 수가 없다.

 

오히려 투잡을 하게 되면서, 내가 더 본업에 충실해야 할 이유가 너무나도 잘 보인달까?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하는 이유가 정말 있는 것 같더라.

앞으로도 이 느낌, 이 흥미 그대로 쭉,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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