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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내 일상 이야기

도를 믿으십니까?

by CODINOTE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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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의 종교는 무교이다.

 

그리고 나는 수많은 종교 중 기독교를 싫어한다.

 

정확히는 종교를 전도하려는 행위를 굉장히 싫어한다.

 

 

기독교를 싫어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때이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기독교 고등학교였다.

매주 한 번씩 예배시간이 있었고, 주기적으로 채플 수업이 있었다.

 

사실 예배 시간은 오히려 개꿀시간이었다.

그냥 엎드려서 자면 되니까 ㅋㅋㅋ

 

문제는 채플이었다.

외부의 전도사님이 직접 오셔서 기독교와 관련한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기독교에 대해서 소개하고 수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반발감은 전혀 없었다.

문제는 우리도 기독교를 믿게끔 유도하고 전도하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알았는 지 같은 조였던 나를 포함한 친구들의 단톡을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전도의 카톡을 보내셨고, 단톡을 나가니까 개인톡으로도 보내더라 ㅋㅋㅋㅋㅋ

심지어는 채플 마지막 날 한 명 한 명 포옹해주면서 귀에다가 기독교를 믿으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니까 그 순간 기독교가 싫어지더라.

 

 

원래 나는 누군가 나에게 어떤 행위를 강요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종교 자체에 흥미가 없는 나에게 이런 식으로 기독교를 강요하고 전도하려고 하니까 반발심이 강해지더라.

그 뒤로 지금까지 나는 기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인들을 싫어한다는 것은 아니다.

 

 

종교 뿐만 아니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느 단체에서도 팀원에게 어떤 행위를 할 것을 강요한다면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려 했다가도 또는 하고 싶었다가도 누군가가 이를 강요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마음은 싹 사라질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패션 스타일리스트로써 사람들에게 스타일을 추천해주고 스타일링을 돕는다.

하지만, 그 스타일이 내 스타일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추천하고, 입힌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것이다.

패션을 잘 모르더라도 그들도 그들만의 취향과 스타일이 있을텐데, 그걸 무시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동업자 친구와 회의를 하면서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현재 쇼핑몰에 너무 내 스타일의 옷을 가져오는 거 아니냐고.

그 땐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다시 전체적으로, 객관적으로 살펴보니 맞는 말이더라.

데일리하고, 누구든 활용하기 좋은 기본적인 스타일의 쇼핑몰을 운영하겠다고 해놓고서, 포인트가 강하고, 스트릿한 무드가 풍기는 내 취향의 옷들이 꽤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강요 받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나의 스타일을 강요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은 언어로만 행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강요는 언어, 비언어(행동, 쇼핑몰과 같은 시각자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코디노트'라는 사업자명을 만들면서 다짐했던 것이 있다.

한국의 모든 남자들이 우리의, 나의 코디를 보면서 쉽게 따라하고, 스타일링 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모순적이게도, 지금까지의 나의 모습은 모든 남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모든 남자들에게 나의 스타일을 강요하고 있었다.

 

당연히, 패션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 잘 입겠지, 잘 입어 보이겠지.

당연한거고, 어쩌면 필수인 것이다.

하지만 잘 입어 보이는 것과 별개로, 모든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개성있는 스타일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에 맞게 내 스스로를 내려놓고 움직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싫은 건 남들도 싫다.

내가 사람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나를 찾도록, 필요로 하도록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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